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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LIVE 2017. 11. 29
[11월호] 덕밍아웃 - 커피덕후 김석준

덕밍아웃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느끼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발음인 오덕후’(또는 덕후)와 숨겨져 있던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 커밍아웃을 조합한 단어로, 다양한 분야에서 덕질을 하고 있는 STian들을 소개하는 코너이다밍아웃 첫 기사의 주인공은 스카이에듀 수능개발팀 김석준님이다.


맛집 덕후? 아니죠~ 커피 덕후? 맞습니다.

석준님은 ST 그룹웨어에 꾸준히 맛집을 찾아 업로드하는 것을 보면서 맛집 덕후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석준님의 말씀은 기존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삼성 오피스 근처의 식당들은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서,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맛집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이 저를 맛집 덕후로 생각하게 한 계기인 것 같아요. 기도 했었고요. 사실 그런데 저는 맛집 덕후라기보다는, 커피 쪽을 남들보다 많이 아는 편이긴 한데.” 

석준님은 ST 그룹웨어에 꾸준히 맛집을 찾아 업로드하는 것을 보면서 맛집 덕후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석준님의 말씀은 기존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면서 자신을 전문가 정도는 아니고, 바리스타분과 같이 이야기를 할 때, 대화가 통하는 정도’라고 자신을 낮추어 소개한다. “바리스타와 같이 이야기하면, 대화가 통하는 정도입니다.  최근에 초급자 책을 많이 읽어봤는데, 이제 슬슬 초급자에서 중급자 넘어가는 책을 읽으니까, 거의 읽히더라고요. 못 알아보는 글자 외에는 다 읽히게 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이 정도까지 덕질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

김석준님이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할 수 있는 취미를 많이 고민했었어요. 저는 커피를 공부했다가보다는 그냥 커피를 갖고 놀았죠. 동호회에 나가보기도 했고요. 소믈리에나 와인 쪽에 흥미를 느껴서 도전해 볼까 싶었지만, 한 달에 200만 원씩 내는 것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커피 드립 하는 걸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죠.” 김석준님이 이때 지불한 커피 드립 수강료는 5만 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해서 5번을 수강했다. 수강 이후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껴 친구와 함께 커피공부를 시작했다.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그의 커피 덕심을 불태운 것은, 커피 관련 동호회나 소모임 활동에 참여한 것이었다.

커피 동호인들이 모인 카페에서의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커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커피에 대해 흥미가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이때 그들과 로스팅이나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그의 커피 덕심을 불태운 계기가 되었다. “3~4번째인가,  그때 참여한 정모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건축업 하시는 분이었죠. 주업은 건축업이지만, 자신의 공방에서 취미 생활의 하나로 로스팅 기기를 만드셨어요. 그분께 로스팅의 매커니즘을 배울 수 있었어요.”


커피에서 찾아낸 새로운 인생의 아로마

김석준님은 커피에 빠져들게 되면서,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되는 소소한 낭만과 즐거움을 찾아냈다. 자주 찾아갔던 커피집 사장님으로부터 로스팅 방법을 배우면서 커피의 향과 맛을 알게 되었고, 커피의 향미를 느끼며 책 한 권을 읽는 여유와 낭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또한 커피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을 접하면서 지식이 늘고, 그만큼 커피에 대한 새로운 것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 김석준님이 가진 커피라는 취미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책 한 권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우리 집 앞에 정말 로스팅 잘하는 집이 생겼고, 저는 그 사장님께 매일 찾아가서 로스팅 방법을 배워요. 그럼 사장님이 이건 이렇게 볶으라는 가르침을 받죠. 한 번씩 제가 볶아서 갖다 드리기도 하고요.
커피를 딱 먹으면 입안에 퍼지는 향, 목으로 넘긴 다음에 입안에 감도는 향을 애프터라고 하는데, 이게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애프터를 느끼면서 책을 보면, 약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걸 알아가는 게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솔직히 커피에서 누가 매운맛이 난다는 것을 알겠어요. 그런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게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석준님은 특히 루왁(* : 사향고양이가 먹고 소화시킨 커피 원두)에 대해서는, 마치 루왁 드립 커피를 눈 앞에서 시음, 시연하는 듯한 묘사로 루왁만이 가지는 독특한 느낌을 말했다. 루왁은 마치 민트차 같은 느낌이 나죠. 입이 화~해요. 그리고 커피를 드립하게 되면 커피빵이라고 해서, 안에서 가스가 배출돼요. 봉긋하게 올라오죠. 일본에서는 아로마 돔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루왁은 이 아로마 돔이 전혀 없어요.” 흔히 아로마 돔이 올라오지 않는 커피는 볶은 지 오래된 것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석준님은 루왁에 대해서만큼은 그 속설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 중에 하나에요. 좀 오래된 것도 있고, 아니면 로스팅을 불충분하게 했을 경우, 그러니까 커피에 가스가 차지 않았을 때는 사실 이게 가스가 올라오는 거거든요. 그거는 약간 좀 오래된 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엄청 시큼한 커피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얘(루왁)는 아로마 돔도 올라오지 않고, 커피라기보다는 뭐랄까, 차에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커피가 가진 오묘한 맛과 향의 조화에 빠져들다

최근 김석준님은 커피의 맛과 향을 더욱 좋게 하는 원두 블렌딩에 도전하고 있다. “사실 블렌딩은 저도 처음 시도하는 건데요, 인터넷 뒤져보니까, 커피를 두 가지만 섞으면 맛이 좋아진다고 해서, 한번 섞어 보려고 합니다.” 그는 하나의 원두에는 그 원두가 가진 특색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원두가 어떤 맛이 날까요, 마셔 보면? 커피 아로마를 처음에 맡아보면, 커피 특유의 뭔가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고소한 향기 있죠? 그걸 맡으면서 이제 목을 넘기게 되면, 쌉쌀한 맛과 단맛은 안 나게 됩니다. 물론, 나는 것도 있는데, 쌉쌀한 맛과 고소한 맛이 섞이다가 혓바닥 중간쯤으로 넘어가면 쓴맛밖에 안 나요. 그리고 목을 넘기면, 신맛이 나죠.
그러면서, 커피에서 후추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을 느꼈던 경험, 체리 향과 시큼한 맛, 단맛의 조화로움을 느꼈던 경험을 전하며 커피만이 가지는 맛과 향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이유를 말했다.

 커피의 5대 맛이라고 해서, 쓴맛, 단맛, 신맛, 바디감이라고 하죠, 고소한 맛이 나기는 나는데, 특이하게 느꼈던 게 있어요. 바로 후추의 매운맛. 커피를 마시면, 약간 스파이시한 느낌 있잖아요, 후추 먹은 느낌? 그런 맛이 입안에 확 퍼지는 거예요. 고추장의 그 기분 나쁜 매운맛이 아니라 후추의 매운맛이 딱 나는 거예요. 그리고 에티오피아 허니 코케라는 원두가 있는데, 이건 약간 시큼한 맛이 나요. 처음에는 쓴맛은 전혀 안 나고 시큼한 맛이 나는데, 입안에 체리 향이 감도는 거예요, 그 다음에 목으로 넘어가는데 이게 매우 단 거예요. 제가 커피에 완전히 빠져든 게 방금 말한 그것 때문이거든요. 한 잔 마셨는데, 입안에서 감도는 체리 향과 이 시큼함과 단맛이 너무 좋아서, 이걸 다시 한번 구현하고 싶은데 아직 못했어요.”
석준님은 신이 나서 커피얘기를 계속 쏟아냈다.


덕후는 늘 새로운 문화와 생각을 만들고, 전파하고 추구한다.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취미에 빠져들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취미를 전파하고, 같은 문화를 누리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워낙에 많이 마시고, 많이 즐기니까, 굳이 커피라는 취미를 다른 사람에게 퍼트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굳이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그들을 위한 피드’, 다시말해 공감할 수 있게끔 흥미거리를 나눠 주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들을 위해 더치를 한 병 준다든지, 커피 원두를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먹어봐. 내가 로스팅한 거니까.’라고 자신 있게 권하는 거죠.


취미 생활은 늘 자기 주변과의 싸움

커피라는 자신의 취미를 즐기면서, 항상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커피라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해야 하는 필수작업인 그라인딩(분쇄)’ 작업은 때로는 다른 사람에겐 소음이 되었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개인의 취미를 즐긴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와 같은 말은, 다원화된 가치가 존중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커피 그라인딩을 사무실에서는 안 해요. 예전에 한번 해 봤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와서 너무 시끄럽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밖에서 혼자 갈다가,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는 사무실에서만큼은 안 내려 먹기로 했죠. 대신 더치 같은 걸 만들어 와서, 사무실에서 먹기로 했어요. 더치는 그냥 따라 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의외였지만, 정통 드립 커피를 다루는 석준님은 쓴맛, 단맛, 편리함의 3박자가 다 갖춰진 한국산 인스턴트커피를 최고로 꼽았다. “그래도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커피가 최고죠. 저는 살짝 달아서 못 먹지만, 우리 어머님 드시라고 인스턴트 커피를 항상 사다 드려요. 쓴맛, 단맛, 편리함의 3박자가 다 갖춰진 한국산 인스턴트 스틱 커피야 말로 단언컨대 최고의 커피라고 볼 수 있겠죠? ^_^”


ST LIVE 커넥터 최재현
amamiya_kaedo@stunit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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